AI시대의 코딩 교육, 기술에서 인간을 위한 디자인으로

김태리 박사 | 카네기영어창의코딩 학원장

인공지능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있습니다. 이 변화는 교육자, 학부모, 그리고 교육 기관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단지 도구로 여겨졌던 AI 시스템이 이제는 정보를 찾고 계산하는 것을 넘어, 이미지나 영상 제작, 코드 작성, 디자인 아이디어 구상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미 체스, 바둑, 코딩 문제 해결 등의 분야에서 AI는 이미 인간 전문가들을 초월하는 성과를 이루었으며, 그 외의 여러 분야에서도 인간 수준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교육은 AI가 이미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AI가 흉내는 낼 수 있어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길러 주어야 합니다.

인간의 진정한 강점은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는 데 있습니다. 어떤 질문이 중요한지를 묻고, 이를 인간의 맥락 안에서 해석하며, 윤리적 측면을 고려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탐구와 창의성을 유지하는 능력이야말로 미래 세대가 발전시켜야 할 부분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특히 코딩 교육에서 뚜렷이 드러납니다. 겉으로는 창의성을 중시하지만, 실제 현장은 여전히 경쟁, 자격증 취득, 기술 훈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학원은 종종 “창의성”을 코딩 교육 목표로 내세웁니다. 하지만 성취와 성공을 가르는 기준은 여전히 로봇 대회, 알고리즘 기반 올림피아드, 속도 위주의 문제 풀이, 각종 기술 자격증이 대표적입니다. 학생들은 얼마나 신속하게 문제를 푸는지, 얼마나 정교하게 기능을 구현하는지로 평가받지만, 학생들의 인내, 탐구, 창의성, 그리고 맥락 속에서 적절한 해법을 찾는 능력은 뒷전이 되기 쉽습니다. 코딩은 새로운 사고 방식으로 들어가는 문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혁신”과 “창의” 라는 언어로 포장된 또 다른 성과 경쟁의 트래드밀이 되고 있습니다.

AI시대에 들어서면서 코딩의 기술적 측면은 점점 더 중요성을 잃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5년부터 한국에서 코딩이 정규 교육과정의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면서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 방식의 전환이 없다면, 코딩 교육의 의무화는 오히려 대회와 자격증 경쟁을 심화시키고, 결국 AI가 더 빠르게 대체할 수 있는 일들을 위해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큽니다. 단순한 인프라 확장이나 접근성 보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AI시대의 맥락에서 교육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해답은 코딩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뿌리는 찾는 데 있습니다. “기술적인 코딩”에서 “디자인하는 코딩”으로, 단순한 기술 훈련에서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씽킹”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이는 교육의 중심에 다시 인문학을 세우는 일입니다.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씽킹은 컴퓨팅의 방법론과 인간 중심 디자인, 그리고 인문학적 해석 전통을 결합합니다. 코딩을 인간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과 연결합니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한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이는 기술적 질문이 아니라 윤리적이고 문화적인 질문이며, 탐구와 성찰, 해석의 역량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키우려면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 인간의 맥락을 연구하는 것에서 출발하기

  • 성급히 답을 찾기 전에 문제를 정의하기

  • 인간 중심 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해 맥락에 맞는 해결책 만들기

  • 해법을 단순한 효율이 아닌 적절성과 윤리적 결과로 평가하기

  • 코드를 협업과 스토리텔링의 매체로 다루기

이 과정을 통해 코딩은 더 이상 기술이 아닙니다. 인문학으로 들어가는 입구, 탐구와 성찰의 장, 판단력과 공감, 책임감을 기르는 공간이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AI가 흉내는 낼 수 있어도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이간 고유의 능력입니다.

2025년 코딩 의무화는 교육 방향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핵심은 코딩을 단순한 기술 훈련으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인문학적 성찰과 책임의 장으로 확장할 것인가 하는 선택입니다.

AI 시대는 단순한 암기식 지식이나 기술 훈련 이상을 요구합니다. 더 나은 질문, 인간적 판단,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교육의 중심에 인문학을 다시 세울 때, 학생들은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놓일 이간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갈 준비를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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